처음 접하는 식품공전 안내서

와인라벨


식품공전은 식품안전관리의 헌법과도 같은 방대한 규범집으로, 원료부터 가공·표시까지 모든 기준을 정의한다. 그러나 줄곧 ‘전문가용’으로 인식되어 소비자와 예비 창업자에게는 난공불락의 벽이었다. 본 글은 식품공전 기본 구조, 식품첨가물 공전과의 연결 고리, 일상 적용 팁까지 단계별로 풀어내 초보자도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허용량 산출법, 표시 의무, 최신 개정 포인트를 실제 라벨 사진과 비교하면서 설명해 실무 활용도를 높였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첨가물 네임택만 봐도 안전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1. 식품공전, 왜 알아야 할까?


‘식품공전’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으면 대부분 “법령집은 전문가나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일 장을 보고 간식을 고르는 소비자부터, 홈메이드 잼을 팔아 보고 싶은 1인 창업자, R&D를 고민하는 중견 제조사까지 모두 식품공전을 마주하게 된다. 


식품공전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발간되는 고시 문서로, 식품 유형 분류·제조 공정·미생물 기준·표시 사항을 망라한다. 쉽게 말해 ‘무엇을 어떤 상태로 만들면 팔 수 있는가’를 정의한 규범이다. 


식품첨가물 공전은 그중에서도 색·맛·보존을 책임지는 ‘식품첨가물’에 초점을 맞춘 자매편이다. 두 공전은 본문이 따로 존재하지만, 실제 심사와 현장 점검에서는 한 세트처럼 작동한다. 예를 들어 ‘탄산음료’ 규격(식품공전)과 ‘감미료 아세설팜칼륨 0.3g/kg 이하’(식품첨가물 공전)의 교차 검증이 동시에 이뤄진다. 따라서 초보자가 제품 개발이나 식품 선택에서 실수를 줄이려면, 두 공전을 ‘한 권의 설명서’로 묶어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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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낯선 용어 속 숨은 의미: ppm·P 처리·ADI


식품공전을 펼치면 가장 먼저 만나는 벽은 ‘ppm(백만분율)’ 같은 단위다. 100 ppm이라 하면 0.01%를 뜻하지만, 공간감이 없어 체감하기 어렵다. 간단히 환산하면 1 ℓ 음료에 100 mg, 355 mL 캔 하나에는 35.5 mg이 해당한다. 

 ‘P’ 표시는 ‘필요 최소량(Practical Quantity)’이다. 기능을 확보하는 최소 수치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면 그만큼만 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덕분에 제조사는 과량 투입을 막아 원가를 절감하고, 소비자는 안전성을 확보한다. 

‘ADI(일일섭취허용량)’는 체중 1 kg 당 하루 동안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한 첨가물 최대량을 뜻한다. 예컨대 소르빈산의 ADI가 25 mg/kg일 때, 체중 60 kg 성인은 하루 1,500 mg 이하로 섭취해야 안전하다. 이런 지표는 식품첨가물 공전 뒤쪽 별표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스마트폰 계산기로 금세 계산 가능하다.


3. 식품첨가물 공전 구조 한눈에 보기


식품첨가물 공전은 크게 2부로 나뉜다. 

첫째, ‘개별 기준 및 규격’은 900여 종 첨가물을 가나다순으로 열거하며, 합성·천연 여부, 순도, 정량 시험법을 서술한다. 

둘째, ‘사용기준 표’는 식품 유형별로 허용 최대치 또는 P 처리를 명시한다. 예컨대 소르빈산은 치즈류 1.0 g/kg, 발효유 0.05 g/kg, 김치류에는 ‘사용 불가’로 구분돼 있다. 여기서 초보자가 놓치기 쉬운 점은 ‘식품 유형’ 정의다. 

수분활성도가 0.85 미만인 베이커리와 0.85 이상 케이크류가 서로 다른 라인에 표기되므로, 동일 성분이라도 허용량이 달라진다. 따라서 레시피를 작성할 때는 최종 수분, pH, 포장 상태까지 고려해 ‘정확한 품목 코드’를 먼저 찾는 것이 핵심이다.


4. 허용량 계산 실습: 내 레시피에 적용하기


예를 들어 500 mL 에너지음료를 개발하면서 합성감미료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을 함께 사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식품첨가물 공전에 따르면 두 감미료는 각각 0.3 g/kg까지 허용된다. 하지만 ‘동시 사용 시 합산’ 조항이 있어 두 성분 합계가 0.3g/kg을 넘으면 불가하다. 

우리는 목표 당도(설탕 환산 10 Brix)를 위해 실감미 농도를 계산하고, 사전 테스트에서 수크랄로스 150 mg, 아세설팜칼륨 100 mg을 넣었다고 가정하자. 500 mL는 0.5 kg이므로 총 투입량 250 mg은 0.5 kg 당 0.5 g, 즉 0.5g/kg이 되어 기준 초과다. 이에 따라 수크랄로스 120 mg, 아세설팜칼륨 30 mg으로 조정하면 합계 150 mg, 즉 0.3g/kg이 충족된다. 

이런 식으로 ‘식품공전→첨가물 공전→테스트→재계산’ 4단계를 반복해야 상품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5. 라벨 읽기 & 소비자 방어 기술


소비자가 ‘첨가물 폭탄’ 제품을 가려내려면 원재료명 표시 순서를 살펴야 한다. 

식품공전은 함량이 많은 순서대로 적도록 의무화한다. 예를 들어 ‘정제수, 백설탕, 구연산, 비타민C, 구연산삼나트륨, 향료’로 표기됐다면, 구연산보다 비타민C가 더 적은 양으로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합성착향료(딸기향)’ 등 괄호 안 기능명은 식품첨가물 공전 기준에 따른 분류명이다. 여기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 꿀·알룰로오스 같은 대체당류 표시가 추가되면, 실제 제품의 성격이 더욱 명확해진다. 

소비자는 라벨을 읽으면서 ‘첨가물 이름+기능명+순서’ 삼박자를 확인하면,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과량 사용 여부를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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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최신 개정 포인트와 트렌드


2025년 상반기 개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변화는 ‘비건·플렉시테리언’ 시장을 겨냥한 식물성 색소 확대였다. 

 기존 ‘천연색소류’에 한정됐던 판초(페루 자주색 옥수수) 색소가 일반 가공식품에도 0.2 g/kg까지 허용되면서, 식물성 요거트·아이스크림 개발이 빨라지고 있다. 또 식품공전은 나트륨 저감 정책에 맞춰 ‘저나트륨 가공품’ 정의를 신설하고, 소르빈산·벤조산류 보존료 사용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도록 예고했다. 

이처럼 공전은 시장 트렌드와 정책 방향을 바로 반영하므로, 반기마다 고시 개정일을 체크해 레시피를 재점검해야 한다.


7. 초보자가 자주 묻는 Q&A

Q1. 집에서 만든 수제청을 온라인으로 팔 때도 식품공전을 따라야 하나요?
A. 네. ‘식품제조‧가공 영업’ 신고 대상이 되는 순간 식품공전 규격·위생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비가열 제품이라면 미생물 기준이 더 엄격합니다.

Q2. ‘무첨가’라고 쓰고 싶으면 식품첨가물을 정말 0%로 만들어야 하나요?
A. 식품공전은 ‘무첨가’ 표시 시 해당 기능성 첨가물이 완전히 배제돼야 하며, 원료에 포함된 자연유래 성분도 기능을 발휘한다면 표시·표현에 제한이 있습니다.

Q3. 해외 직구 원료를 쓰면 공전을 따르지 않아도 되나요?
A. 국내 판매용 완제품은 원료 출처와 관계없이 식품공전·식품첨가물 공전을 따라야 하며, 해외 GRAS 등재만으로 자동 허용되지 않습니다.


8. 결론: 식품공전을 생활 도구로


식품공전과 식품첨가물 공전은 법령이라는 딱딱한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먹거리 안전을 지키는 매뉴얼’이다. 

구조를 이해하고 용어만 해석하면 생각보다 실생활에 유용하다. 제조사는 공전을 체크리스트 삼아 불량 리스크를 줄이고, 소비자는 라벨을 스캔하며 건강권을 지킬 수 있다. 

이제 공전을 책장 속 규제집이 아닌, 모바일 즐겨찾기에 넣을 생활 도구로 바꿔 보자. ‘초보자도 이해하는’ 수준에서 시작하면, 누구나 식품안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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